나비, 2002, 김현성,
부제 : 내가 본 최악의 영화.
포스터를 보고 멋진 느와르 영화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김민종의 눈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고 불안에 떠는 것처럼 보였으나 와중에 의지를 비춰내고 있었다. 김정은의 손은 내맡겨졌으며 표정은 불안했지만 그녀가 단순히 의지만 할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은 세월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기대감을 품고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실망을 했다. DVD 뒤편에는 ‘베니스 영화제 비평가 주간 초청작’이라고 쓰여 있기까지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영화는 모든 소재를 스토리에 ‘이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정은과 김민종이 시골의 순수한 연인으로 나오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이들의 사랑을 위협하는 요소를 해결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김민종은 성공하고자 서울로 올라왔으나 조폭 생활을 하다가 제비 생활을 하고 있다. 김정은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시골에서 올라와 술집 생활을 하다가 ‘대령’의 마음에 들어 그의 부인이 되었다. 그런데 이들을 갈라놓는 장치들이 단순히 빌려왔다는 느낌밖에 주지 못한다.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권력, 어떻게 권력이 시골에 살던 두 사람을 갈라놓았는지를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것 같은데, 삼청 교육대니 삼청 교육대를 담당하는 대령이니 하는 사람들 모두 다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 나타나고, 마치 김민종과 김정은을 괴롭히기 위해서 그 순간에만 등장하는 것 같다.
또한 중간 중간의 웃기지도 않은 화장실 유머들- 예컨대, 삼청교육대 예비대에서 잡혀온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이야기할 때 강간범이 강간을 희화화시켜서 말한다든지-과 이문식의 밑도 끝도 없는 김민종과의 형제애, 시골 장면에서 김정은의 거의 ‘백치’와 같은 모습이라든지. ‘대령’에게 감시를 받으면서도 김민종과 접촉하고 할 건 다하는 것이라든지. 아무튼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 너무나 많다.
인물들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인데 기본적으로 김민종과 김정은은 사랑하는 사이로 나옴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나간 김민종이 5년 동안 김정은에게 연락조차 안하는 설정이나, 김정은은 다른 남자와 두 번 결혼하는 것, 그리고 마치 서로를 잊고 잘 사는 듯 했던 그 둘이 우연히 만나서, 아무런 계기 없이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게 참 공감하기 힘들었다. 또한, 이종원은 독고영재(대령)에 충성하게 된 대위인데, 처음에는 참 군인인 척 나오더니 갑자기 독고영재에게 충성하다가 그의 와이프인 김정은에게 식사하자고 하다가 작업을 걸다가 혼자서 배신을 느낀다. 나중에 이종원은 미쳐서 막 총을 쏘아대는데, 김정은에게 접근하다가 김민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 자체로 사람이 미쳐버린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가기도 했다.
게다가 총을 쏘는 장면은 마치 칠팔십 년대를 연상시키는 구성이다. 110분이 넘게 이 영화를 본 내가 자랑스러울 정도. OST는 좋았다. 그나마 OST도 너무나 지루하게 반복되는 게 단점. 김정은, 김민종이 비장하게 클로즈업이 되면 어김없이 똑같은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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